
사진:베네수엘라 대지진 긴급 구호활동(사진출처: (사)아시아희망나무 제공)
지난달 말 규모 7.1의 강진이 베네수엘라 북부 라과이라주(州)를 덮친 지 보름이 지나면서, 현지는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잔해 속 생존자를 찾기 위한 ‘골든타임’이 끝나면서 현장 대응은 구조에서 구호·복구 중심으로 옮겨갔지만, 열악한 대피 환경과 의료 공백으로 인한 2차 재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광주·전남 지역사회와 의료진이 현지로 달려가 구호의 손길을 건네며 ‘광주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현지 구호 단체와 보도에 따르면 현재 대피소와 복구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야간까지 무너진 건물을 정리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추가 생존자 소식은 끊긴 상태다. 시신이라도 수습하겠다는 일념으로 잔해 인근에 임시 텐트를 치고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번 재난은 주민들에게 과거의 비극을 다시 소환하며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기고 있다. 라과이라주는 27년 전 대형 지진과 대홍수가 겹쳐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곳이다. 당시 정부가 수해 이재민을 위해 건립했던 임대 아파트 단지들이 이번 지진으로 다시 붕괴되면서,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상실감은 배가됐다.
기후 조건도 이재민들의 목을 죄고 있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 국지성 폭우까지 이어지면서 위생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깨끗한 식수 확보가 어려워 수인성 전염병 확산 징후까지 포착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재난 최전선에서 광주 출신 대한의사협회 서정성 부회장(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 이사장, 아이안과 원장)을 비롯한 한국 구호 인력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 부회장은 베네수엘라 의사회 및 푸에르토리코 의료진과 긴급 연합팀을 구성해, 흩어져 있는 이재민 대피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부상자 치료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이동 진료 활동을 쉼 없이 이어가고 있다. 휴대용 랜턴과 최소한의 의료 장비만으로 상처를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시행하며, 해열제·소염제 등 필수 약품을 나누는 이들의 활동은 의료 공백을 메우는 사실상의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베네수엘라 대지진 긴급 구호활동(사진출처: (사)아시아희망나무 제공)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온 비보에 광주·전남 지역사회의 온정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의사회가 2,0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아이안과 서정성 원장, (사)아시아희망나무 임순이 대표, 광주기독병원선교회, 대호이엔지 김용태 대표, 광주 중앙영상의학과 의원, 병원의사협회 등이 뜻을 모아 총 3,400여만 원 상당의 성금과 의약품을 마련해 피해 지역으로 긴급히 전달했다.
이 소중한 자원은 의료 시설과 인력이 전무한 현장에서 부상자 치료와 응급의료 활동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국경과 언어를 넘어 이어진 이 같은 연대는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묵직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수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 규모에 비해 대피소의 필수 의약품과 생필품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서 부회장은 “또 한 번의 대형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지닌 한국 시민들의 온정이 작게나마 큰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현지 이재민들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의약품 및 생필품 지원을 위한 성금 후원 동참을 호소했다.
베네수엘라 지진 피해 이재민을 위한 후원 및 문의는 사단법인 아시아희망나무를 통해 가능하다.






